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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소식
정신병원 쇠창살 대신 강화유리 고정관념 깬다<부산일보 >
  • 등록일
  • 2010.06.22
  •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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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정신병원이 새 옷을갈아 입었다. 병실에는 쇠창살 대신 강화유리가 시원하게 설치돼있으며(사진왼쪽)탁구장·당구장·문화공간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부산일보

정신병원 쇠창살 대신 강화유리 고정관념 깬다

부산시립정신병원의 변신

  흔히 정신병원 하면 쇠창살과 감금을 연상하게 된다. 치료보다는 격리 수용이 우선이라는 인상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어둡고 폐쇄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던 부산시립정신병원이 깜짝 놀랄 만큼 변했다. 주인이 바뀌면서 병원도 함께 바뀌었다.

· 쇠창살 없애고 개방적 분위기로

부산 사상구 학장동 구덕산 자락에 위치한 부산시립정신병원(병원장 이유철)이 지난해 1월 의료법인 경산의료재단으로 주인이 바뀐 뒤 대대적인 변신이 이루어졌다. 기존에 있던 병원의 낡은 시설을 모두 걷어냈으며 의료진과 치료 프로그램도 새롭게 대체됐다.

지난 8일 재개원한 병원 시설 리모델링 작업을 위해 1년여 동안 40억 원 이상이 투자됐다.

우선 정신병동의 상징이었던 입원실의 쇠창살을 전부 없앴다. 환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치되었던 쇠창살을 뜯어내고 나니 병원 분위기가 한결 화사해졌다. 대신 모든 병동에 밖이 환히 보이는 강화유리를 설치했다. 특수필름을 장착한 강화유리여서 강한 충격에도 파손되지 않는다.

  1년여 리모델링 후 지난 8일 재개원

각종 편의시설 설치산책로도 계획

알코올중독 등 특화 프로그램 마련

낮병원 운영 원활한 사회적응 도와

쾌적한 환경을 위해 병원 전체에 최신 냉난방 시설을 설치했다. 천장에서 시스템 냉난방이 가동되며 방바닥에도 따로 난방시설이 설치돼 있다. 1만3천㎡의 넓은 공간에 지상 5층 331병상을 갖추고 있다. 병원 내에 여유공간이 많아 탁구장, 당구장 등 각종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향후 병원 인근 구덕산 자락을 이용해 산책로도 개설할 계획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유철 병원장은 "기존의 정신병원 개념에서 과감히 탈피, 공공 정신보건 의료기관으로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주고 싶습니다. 자연친화적이고 개방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는데 환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특화 프로그램-알코올 중독과 정신재활 치료

과거 알코올 중독환자들은 치료보다는 격리 수용 개념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가족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병원으로 끌려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실 내에서 방치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알코올 중독 환자는 이곳에서 3단계로 나눠 치료가 진행된다. 먼저 환자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치료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인식단계, 생활방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실천단계, 단주 유지와 재발을 예방하는 유지단계로 구분돼 관리를 받는다.

정신분열병과 조울증 등 정신재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단계별 치료가 이루어진다. 1단계에서는 급성기 환자들을 병동에 입원시켜 증상완화 치료를 한다. 2단계에서는 병원과 가정을 오가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시킨다. 3단계에서는 취업을 통해 독립생활을 지원하면서 사회 복귀를 돕는다.

이외에도 대강당에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가동된다. 영화 상영과 명사초청 강연회, 미술 전시회, 사이코 드리마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수시로 제공된다. 또 환자들이 직접 참가해 전통 악기를 배우고, 댄스 스포츠를 배우는 시간도 마련된다.

· 낮병원 운영

낮병원이란 입원과 외래치료의 장점만을 살려 낮시간에는 입원해서 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밤에는 집으로 귀가하는 형태를 말한다. 정신질환은 재발로 인한 재입원이 많은데 낮병원의 운영으로 재입원에 따른 심리적인 위축감을 줄여주고 사회 적응을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

낮병원에서는 컴퓨터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음악 미술 원예 등 다양한 문화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빠른 사회 복귀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낮병원의 취지다. 입원 치료를 받을 때보다 경제적인 부담도 적다.

이유철 병원장은 "낮병원은 퇴원 이후에도 연속적인 치료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 재발의 위험을 크게 줄여 준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생활과 다양한 대인관계를 갖게 해 줘 사회성을 향상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낮병원의 대상은 △퇴원 직후 사회적응 준비가 필요한 사람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치료적 개입이 자주 필요한 사람 △다른 병원에서 정신질환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등이다.

시립정신병원은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분열병에 대한 근원적인 치료가 목적이지만 종국에는 환자 스스로의 독립생활을 도와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기업체에 일자리를 만들어 직업 재활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뒤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연계해 취업 알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직업을 갖고 생산활동을 할 때 비로소 가족의 일원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